2026년 11월 7일 오늘의 아침편지 출력하기 글자확대 사진아침편지
매주 토요일마다
『고도원의 명상시집 밥 벗』, 속 시 한 편을 전합니다.
짧지만 깊은 울림이 있는 문장으로
마음에 쉼표를 더해보세요.
당신의 느낌도 댓글로 남겨주세요.
호텔 방문 앞에서 어느 여행길에
한낮 일정을 마치고 호텔에 돌아와
방문 앞에 섰다

이 방이 내 방 맞아?
이 번호가 맞아?

카드 열쇠를 갖다 댄다
안 열린다

방 안에서 인기척이 들리더니
한 젊은 여자가 빼꼼히 방문을 열다
놀란 토끼 눈으로 꽝!
벼락치듯 문을 닫는다

정신이 번쩍 든다
술이 확 깬다

함부로 호텔 방문을 열면 안 된다
몸이 피곤할수록
술에 취할수록.

'39일간의 세계일주 명상여행' 중에
인도 아그라에서...

- 11월의 아침편지 추천도서 -



나뭇잎이 다 떨어지고 나면,
그제야 숲의 뼈대가 보입니다.
무성할 때는 가려져 있던 가지의 방향과
나무 사이의 간격 같은 것들이 보이지요.

읽는 일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많이 읽고 채우던 계절이 지나간 자리에서야
읽는다는 것이 어떤 모양인지 보이는 것 같습니다.

십일월에는 읽는 일을 조금 천천히,
조금 깊게 해 보면 어떨까요.

'숲문해력' 남효창 지음 (책이라는신화)

꽃 이름을 외우는 데서 걸음을 멈추지 말라고,
오래 숲을 연구해 온 저자는 말합니다.

그 꽃이 언제 피었는지,
곁의 생명과 어떤 인연으로
이어져 있는지까지 헤아리는 일은
보이는 것에서 시작해 변하는 것과
이어지는 것으로 천천히 건너가는
읽기입니다.

그렇게 배운 시선으로
우리의 삶을 다시 들여다보게 됩니다.

'아주 느린 작별' 정추위 지음, 오하나 옮김 (다산책방)

언어학자인 저자가 치매를 앓는
배우자의 곁에서 보낸 시간을 적은 책입니다.
자녀도 의료진도 아닌, 평생을 함께 늙어 온 사람이
쓴 글이어서 바라보는 자리가 다릅니다.

이별은 어느 날 문득 닥치지 않고,
아주 천천히 건네진다는 것을 이 책은
소리 높이지 않고 보여 줍니다.
그 담담함이 오히려 오래 남습니다.

'나를 균열내기' 신유진 지음 (한겨레출판)

뒤라스와 카뮈, 아니 에르노, 페렉의 글을
따라 읽으며 저자는 읽기를 나를 새로 짓는 일로 풀어냅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이 무언가를 알게 되는 일이기보다
나를 한 번 금 가게 해 보는 일일 수 있다는 것을,
이 에세이를 읽다 보면 가만히 느끼게 됩니다.

금이 간 자리로 들어오는 것이
바람이든 빛이든, 그것은 읽은 사람의
몫으로 남습니다.

숲을 읽고, 작별을 읽고, 나를 읽는 세 권입니다.
십일월의 아침, 한 권쯤 곁에 두고 지내시길 바랍니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아침편지 명상치유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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